속좁은 일상_시즌1

이름에 대한 단상

유산균발효중 2010. 10. 5. 01:20

엄마는 내 이름을 바꾸려 했단다. 죽은 사람이 꿈에 나타나 지어준 이름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하얗고 조그만 아이에게 붙여준 것이 끝내 찝찝했었나보다. 그럼에도 내 이름은 거의 삼십년간 변하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이.연.호를 연호라부르는 호라 부르든, 호우라 부르든,

실체는 변하지 않을테니까.

이연호라는 이름이 뇌의 지령을 받아 가슴깊은 곳으로부터 목젖을 울리며 튀어나와 공명하는 순간의 울림은 실체와 그것이 얼마나 어울리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도한다.

 

꽤 도시적인 이름을 가진 친구의 어렸을적 이름을 들었을때,

난 오히려 이전 그녀의 이름이 그녀의 실체와 더 잘어울린다 여겼다.

최근 이름을 바꾼 한 친구, 생각해보니 난 그녀를 원래의 이름세자로 부르지 않고 내 맘대로 모음을 바꿔부르고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부여한 이름이 그녀의 실체에 가장 잘 맞는다 여겼다.

 

그녀의 바뀐 이름을 이루는 자음과 모음은 아무래도 공명의 순간, 그녀의 실체를 만들어 낼 수 없을 것만 같아 어색했다. 아마도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리라 다짐했을지도모르고, 누군가의 떠밀림으로인해 이름에 별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바뀐이름은 꽤 예쁘고 세련되었다. 어쩌면 동시대에 더 맞는 이름인지도 모른다.

 

 

내 주위의 사람들을 내가 붙인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세상이 와도 재밌을 것 같다. 그러면 모든 이의 이름은 하나가 되기도 하고 몇백개가 되기도 하겠지. 이름으로 사람을 표시할 순 없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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