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Le Refuge_Inside 중에서_palais de tokyo

Le Refuge 라는 제목으로 전시된 스테판 티데의 작업. Inside 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시작된 팔레드도쿄의 전시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실제 전시 장에서는 조명을 밤처럼 어둡게 해놓고, 저 베이스캠프안의 램프만이 밝게 켜져있으며, 대피소 안 전장을 이루고 있는 나무 판자의 곳곳에서 물이 쏟아진다. 마치 소나기가 밖에서 쏟아지는 듯 하다. 나무로 만들어진 이 대피소 같은 곳은 등산가들이 밤에 쉬면서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안전한 장소이다. 비와 눈, 자연의 공격으로부터 대피해서 인간이 만들어놓은 가장 안전한 곳에 잠시 몸을 뉘인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비의 공격을 받는 곳은 더이상 이 대피소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이다. 비가 쏟아지는 공간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관객은 안전하게 서서 안쓰러운 시..

portraits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MEP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않은 작가들이어서인지, 평소보다 한적했고 줄을 서지 않아도 되었다. 가을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가르시아라는 평범한 이름의 이 작가는 초현실적인 오브제들을 이용한다거나, 현실적인 대상을 초현실적으로 만들어놓는다. 여러 시리즈 중 인상적이었던 초상시리즈. 대번에 누구인지 알만한 이들을 찍었는데, 인물은 배경이나 구도처럼 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그들은 초상 사진의 주인공이기도하고, 이미지의 사진의 한 부분이기도하다. 예컨대 가타리의 사진은 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여러 소품들을 모아둔 세트인 한편, 그의 사유를 가장 잘 보여주는 포즈로 가타리 자체를 오브제로서 배치하고 있다. 그리하여 과도하게 평범한 초상사진이라는 주제를 초현실로 만들어버린다. ​​​​​ 리..

Nuit Blanche 2014

104에서 느낀 자유분방함과 함께하는 예술공간, 엘리트적이지 않고 모든이에게 열려있는 개방된 공간이 떠올랐다. 토요일의 살인적인 스케줄로 충분히 즐기진 못했지만, 오랜 줄을 기다려 들어갔던 미술관 구경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집에서 5분거리인 13구 구청에서 보았던 퍼포먼스가 단연 최고였다. 벽에 줄을 매달아 두 배우는 춤을 춘다. 혹은 연기를 한다. 혹은 서커스를 한다. 이삼십분 남짓한 시간동안 사람들은 숨을 죽였고, 긴장하기도 했으며, 공연이 끝난 후에는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시청 앞 광장, 퍼포먼스 준비중!안토니 곰리의 분신이 팡테옹을 바라보고 있다.

Une nouvelle amie

오종의 새로운 영화_les halles의 가장 큰 상영관이 꽉차고 자리가 없을 정도. 오종의 인기가 느껴짐. 게다가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는 행운까지.작년에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mariage pour tous를 둘러싼 논쟁들, 성정체성과 가족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들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오종식의 깔끔한 연출과 반듯한 세팅은 여전하고, 날렵하고 긴장감 넘치는 인물들의 심리묘사도 여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알흠답다. 최근 오종의 영화에 좀 시들해졌었는데, 잃었던 팬심을 찾아주는구만. 꺄아악.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들처럼 느껴지는 그의 이야기가 사회적 공명으로 느껴져 한층 성숙해졌다는 느낌.

Émile Bernard @Orangerie

나비파, 점묘법, 야수파, 오리엔탈리즘, 고전주의를 총 망라하는 에밀 베르나드의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오랑주리에서 열린다. 고갱에서 시작해서 쇠라 다비드 고흐 세잔... 1868년에서 1941년에 살았던 모든 예술가들을 참조하며, 혹은 그들에게 영향을 주며 살았을 에밀 베르나드는 생소한 작가였지만, 작품들 만큼은 눈에 익숙했다. 아마도 누군가를 떠오르게 하는 혹은 한 사조를 대표하는 듯한 그림의 경향들 때문이었을 듯. 재미있는 것은 한 작가의 작업에서 이 모든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 중간중간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자화상이 이를 대변해준다. 이집트나 터키등등 오리엔탈 문화를 경험하면서 이국적인 풍경과 문화를 그렸고, 이탈리아의 문화와 풍경을 담아낸 그림들도 많았다. 신비스러운 사람. 그리..

Shirley, visions of reality

한국에서는 셜리의 모든것, 프랑스에서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으로의 여행이라고 이름붙여진 영화가 개봉했다. 한국에 비해 늦은 이곳에서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호퍼의 팬이 아니라면, 혹은 감독처럼 기하학적인 세트와 건축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조금은 아니 많이 지루했을 이 영화는 여자 주인공의 내면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여자 정혜를 떠올리게도 했고, 그럼에도 미국의 공황시대와 예술가들의 방황이라는 배경을 담아 사회와 예술가의 관계로 호퍼의 그림을 해석해 냈다는 점에서 감독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호퍼의 색과 결을 스크린에 재현했는데, 3차원을 2차원평면에 담으려는 과거 화가들의 기획을 공간을 건축하는 자로서 다시 2차원으로 뒤집어 움직이는 그림으로 그려내는 과정과 의도에서 숭고한 노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