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Joan Miro

바르셀로나의 미술관은 전시 자체가 주는 감탄보다는 주변의 풍경과 환경이 어우러져 주는 감동이 더 큰 것 같다. 전례없이 많은 미로의 작품을 한 공간안에서 보았는데도, 여행의 피로 때문이었는지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다. 물론 미로의 작품에서 '감동'이란 말을 찾아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커다란 타피스트리나 초기의 흥미로운 작업들, 처음보는 그의 작품들이 많아서 지적으로는 충분했지만감정적으로는 그리 관람자 친화적이진 않다는 생각. 관람의 동선도 복잡해 조금 어지러웠고. 이 옥상만은 미로스럽다는 생각옥상을 거니는 이 두 여인의 모습도 미로의 작품 일부 같다는 생각. 가장 인상적인 장면.

un art de la ville_Jean-Lun Nancy

La promenade est l'art le plus consommé de la ville. Le cops du promeneur est délié, cursif sans être en course, passager, délesté de buts et de provenances, curieux sans intérêt, attentif sans tension, disponible aux rencontres; aux simples coirsements, aux signes évasifs. 낭시의 책에서 본 오늘의 문장, 단순한 마주침과 우연한 만남, 모호한 의미들과 만날 준비가 된, 산책길. 목적없는 호기심, 긴장하지 않지만 주의 깊음. 도시를 가장 잘 소비하는 방법!

la nuit des musées

일년에 한번씩 오월의 세번째 토요일에 파리의 뮤지엄들이 밤에 손님들을 맞이한다. 유료 방문자들이 다 나갈 무렵인 7-8시정도에 시작해 무료로 새벽 1-2시까지 개방한다. 물론 늦으면 이렇게 길게 늘어선 줄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ㅎㅎ 작년엔 그랑팔레에 갔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여튼 올해는 토욜 수업을 마치고 가야해서 동네 가까운, 늘 지나치지만 차마 입장료내고 들어가지 못했던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 이런 류의 뮤지엄은 우리집 어린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장소.박제가 아니라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일련의 동물들이 건물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3층까지 이동하면서 뷰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이 동물행진이 즐거움을 준다. 각 층은 다윈이 정리한 종에 따른 진화를 '학습'할 수 있도록 매우 가지런하고 다양하게..

Picasso@ Paris

리뉴얼을 이유로 몇년간 문을 닫았던 피카소 미술관이 몇달 전 문을 열었다. 예산 낭비라고 욕을 엄청 먹으며 책임자도 바뀌는 사태까지 있었다던데, 그래도 모두들 기다리고 기다렸나보다. 베일을 덮어두었던 시간의 길이에 비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도 많은데, 피카소의 작품들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 다양한 작품들이 한 작가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으니까. 진정한 예술가 앞에서는 취향이라는 말이 스르륵 사라진다. 특별한 기획력도 필요없다. 그러니 이 공사를 맡은 이들은 잘해봐야 본전이란 이야기! 공간의 틈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카메라로 사진찍는 아이,

미스터 터너

미쳐 정리하지 못했던 터너의 그림과 런던 여행 사진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동네의 작은 상영관에서 티켓을 파는 할머니는 매우 아름다운 화면이라고 이 영화를 소개해주었다. 셀 수 있을 정도의 숫자였던 관객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은채, 터너의 붓질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보았던 그의 초상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였지만, (깡마른체구였을 것이라 단정했으나) 괴팍함과 예민함 만은 감독과 나의 상상이 비슷했던 듯하다. 나에게 터너는 문예사 수업을 들을 때, ㄹ 선생님이 가장 좋아한다던 작가일 뿐이었다. 풍경이라는 소재에도 심드렁했고, 감성을 색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공감되지 않았다. 정작 그의 작품앞에 섰을때는 가만히- 숨을 죽여야만했다. 내셔널 갤러리에선 한 아줌마가 터너의 작업을 모사하고 있었다...

함부르그 반호프

옛 기차역을 개조해서 만든 베를린의 현대미술관, 함부르그 반호프는 미술관이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 큰 역과 공사장이 휑하게 펼쳐진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었다. 기차역의 외관을 그대로 두고, 공간을 분할하기 보다는 통째로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한 공간을 크게 남겨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베를린은 무엇이든 크다. 거인왕국에 온 것 같다. 현대미술이라고는 하지만, 독일의 현대미술이 뭘까? 요셉 보이스는 아무래도 화석으로 남겨두어야 만하는 무게인듯하다. 그의 작업에 할애한 공간이 가장 크다. 그리고 또 다른 전시실은 워홀의 거대한 작품들이 시원시원하게 걸려있다. 무엇보다 안젤름 키퍼의 작업은 독일에 왔다는 느낌을 준다. 칸트를 비롯한 철학자들의 초상을 이용한 작업이나 오브제를 모래와 함께 붙인 작업들은 인상적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