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Esther Ferrer @MAC/VAL

페미니즘 신체미술의 대모격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 출신의 작가 에스터페레 전시가 지난 2월부터 열렸다. 37년생으로 60년대말 플럭서스 그룹의 일원으로 뒤샹이나 존 케이지와 활동하기도 했으며 70년대초에 파리에 정착해 활동해 온 작가이다. 여전히 예리한 눈빛을 지니고 있으며, 대중과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서 여전히 자신의 신체를 그대로 드러낸 퍼포먼스를 펼치는 멋진 할머니라 생각했다. 파리의 약간 외각인 발드만현대미술관을 에스터페레 때문에 알게되었고, 그녀의 퍼포먼스나 인터뷰 영상등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한번 꼭 들러야지했다. 일주일도 남지않아 더이상 미루지않기로 다짐다짐, 엄청나게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그녀의 작업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에 무리없는 전시였다. 1.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자화상/ 자신의 얼굴을..

아르토가 바라본 고흐

고흐의 회화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글로 평가된 아르토의 글은 1947년 오랑주리에서 열린 반 고흐 전을 보고 쓴 아르토의 일종의 감상문이다. 정신병원에 9년동안 수감되어 있던 아르토는 정신병자로 '취급 받은 자'들로서의 교감을 이 글을 통해 드러낸다. 고흐를 정신병자로 낙인 찍은 '정상인'들이 고흐를 자살의 길로 이끌었다는 아르토의 주장은 자신의 삶에 대한 변호이기도하다. 그리하여 아르토에게 고흐는 사회에 의해 자살하게 된 사람이 된다. 오르세에서 어제까지 열렸던 전시의 제목 역시 아르토의 이 글의 제목을 따서 , Van Gogh Le Suicide De La Societe 이다. 대부분의 관객에게는 이 전시가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러나 너무나 익숙한 고흐의 색을 직접 바라보고 고흐의 두께를 직접 느껴볼 ..

Jersey Boys 2014

https://www.youtube.com/watch?v=3pWBnodrR1M 양복입은 밴드에 각 맞춘 무용, 포시즌의 이런 음악이 예전보다 편하고 듣기 좋아진 걸 보면 좀 나이가 먹긴 먹은 모양이다. 집에와서 youtube로 음악을 찾아들으며 프랭키의 목소리에 대한 심오한(?) 토론까지. 쩝. 이런 이야기를 깔끔 담백하게 만들어 낼 줄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건재하고 있어서 아직 볼만한 미쿡영화가 있나보다. 그는 음악영화에서도 한 인생과 의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래서 무대위의 흥겨운 공연장면보다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대화와 삶의 이야기에 더 주목하게 만드는 영화다. 그의 최고작은 아니지만, 2시간의 러닝타임이 길지 않았음. 노래하는 그의 표정과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대화하는 그의 표정

Palerme

엠마 단테라는 여감독의 첫번째 영화를 보았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팔레르메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아주 좁은 차 안과 골목 만이 영화의 배경이다. 고집스럽고 다혈질인 이탈리아 인들의 기질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다. 좁은 골목길의 양쪽에서 오던 두 대의 차가 서로 길을 막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쪽이든 한편이 조금 후진을 해야되는 터, 처음엔 가볍게 시작된 실랑이가 점점 서로의 자존심 대결이자 가족들의 주변사람들의 상황으로까지 번진다. 약간 노망기가 있는 나이많은 할머니 사미라와 원치않는 친구들의 결혼식을 향하며 화가 난 로사. 어느새 해가 지고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그 밤을 각자의 차 안에서 운전대를 잡고 서로를 노려보는 과정. 그들의 긴장되고 잔뜩 예민해진 심리가 아주 심플하고 정돈된 장면안..

THOMAS HIRSCHHORN, "FLAMME ÉTERNELLE" @palais de Tokyo

예술을 예술가와 미술관의 것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시도. 이곳은 재활용창고나 쓰레기장이 아닌 미술관. 자신의 분야만이 아닌 다른 여러 분야의 스펙트럼을 이용해 문제를 관통할 수 있는 내공. 과정과 현존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보는 예술이 아니라 경험하고 함께 만드는 예술.그렇게 "꺼지지 않는 불꽃"을 기대해 봄 ------------- 이 전시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전시가 아니라 '상황 (situation)'이다. 사람들이 와서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곳을 이끌어가는 4가지 개념을 그는 présence, production, gratuité, non-programme 으로 내세웠다.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여러번 드나들 수 있도록, 와..

소년이 온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그녀의 충실한 독자였다. 내가 꼽는 베스트인 채식주의자에서 많이 벗어난 소재를 다루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끊임없이 몸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에는 말할 수 없는 자들의 몸의 현현. 5.18과 세월호와 갓100일 남짓한 그 아기의 죽음을 넘나드는 나의 일상이 그녀의 글과 만나 울컥했다. 나의 질문이 그녀의 글로 써 있어 울렁거렸다.

Deux jours, une nuit_ par les frères Dardenne

photos@allocine 이 영화가 다르덴 형제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간과 이 공간에 함께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게그들의 한층 정교해지고 현실과 가까워진 문제제기는 유효하고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그들을 기다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으며 한두번쯤은 곱씹으며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여, 전작들과 연속선상에서 여전히 '함께 살아감'의 문제를 논하고 있으면서도 그 누구의 어떤 선택에 대해서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라고, 여기까지 쓰고나니 나 정말 다르덴 빠인가보다. 헉, 게다가 이번엔 마리옹 코티아르까지 나와버렸다. 알로시네같은 영화 소개 사이트를 보면 그녀의 종횡무진한 이력에 좀 질린다라는 대중의 평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