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para-screen

미스터 터너

유산균발효중 2015. 2. 27. 07:36

미쳐 정리하지 못했던 터너의 그림과 런던 여행 사진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동네의 작은 상영관에서 티켓을 파는 할머니는 매우 아름다운 화면이라고 이 영화를 소개해주었다. 셀 수 있을 정도의 숫자였던 관객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은채, 터너의 붓질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보았던 그의 초상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였지만, (깡마른체구였을 것이라 단정했으나) 괴팍함과 예민함 만은 감독과 나의 상상이 비슷했던 듯하다. 

나에게 터너는 문예사 수업을 들을 때, ㄹ 선생님이 가장 좋아한다던 작가일 뿐이었다. 풍경이라는 소재에도 심드렁했고, 감성을 색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공감되지 않았다. 정작 그의 작품앞에 섰을때는 가만히- 숨을 죽여야만했다. 

내셔널 갤러리에선 한 아줌마가 터너의 작업을 모사하고 있었다. 사실 그의 작품을 완벽하게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정도였는데, 프로로는 보이지 않을 만한 실력이었지만, 터너의 그림을 하루종일 눈에 넣으며 마음에 새기며 할 수 있는 최고의 작업같아보여 부러웠다. 같은날 저녁에 갔던 테이트 뮤지엄은 많은 공간을 터너 컬렉션에 할애한 곳으로, 양 옆으로 터너의 그림이 걸려져 있는 저 공간을 걸으면 마치 시공간이 멈춰진 것 같이 느껴졌다. 더군다나 사람도 없었던 문닫기 직전시간. 


그냥 석양에 오감을 맡긴 채, 킁킁대는 짐승의 숨소리로 걸어가는 고집불통의 티모시 스폴의 움직임만으로도 영화는 제 할일을 다했다. 

예술가라는 말이 장인이라는 말에 다름아님을 다시 새긴다. 








'예술의 상상 > para-scre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Wild, 2014  (0) 2015.07.03
인사이드아웃 단상  (0) 2015.06.25
Une nouvelle amie  (0) 2014.09.24
Shirley, visions of reality  (0) 2014.09.16
Gemma Bovery  (0) 2014.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