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구직, 임응식, 1953

유산균발효중 2014. 12. 19. 06:40

몇년 전 덕수궁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는 임응식의 사진들을 다시 찾아보아야 할 일이 생겼다. 전시의 메인 이미지로 쓰였던 이 사진. 분명 그가 하려는 일은 구직일텐데, 옷차림이나 몸짓이 전혀 구직과 상관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이 주인공. 손을 주머니에 꾹 찔러넣고, 벽에 짝다리로 기댄채, 모자까지 쓰고 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큰 길에서 몸을 돌려, 그와 세계를 반으로 가른 벽에 의지한 채. 

50-60년대부터 슬슬 시작되는 도시의 활기에 맞춰, 미도파 미장원도 보이고, 사업상 만난듯 잘 차려입은 두 남자의 악수하는 모습으로 작가가 마련해놓은 사선을 따라 눈이 머문다.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도시의 한 중간 동네에 도착했다. 이쯤되면 그는 자신이 걸고 나온 구직이라는 글자가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며칠동안 시달렸으나 아무런 승산없는 구직활동에 지친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이미 구직 혹은 노동이 인간에게 고유하며 고귀한 활동이라는 개념과 동시에 수치스러우며 늘 실패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타인의 눈을 신경써야 하는 일임을 의식하고 있었다. 나는 임응식에게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윌리 로니스에게는 없는 노동에 대한 양가감정을 본다. 임응식과 그 시대의 구직자들은 이미 우리세대가 겪는 그 '감정'을 겪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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